[뉴스][4라운드 리뷰] 투지는 연봉순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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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오래 전 영화 제목을 ‘투지는 연봉순이 아니잖아요’라고 패러디해도 되지 않을까. 그만큼 적은 연봉에도 높은 효율을 보여준 선수가 많이 등장한 4라운드였다.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어느덧 반환점을 훌쩍 넘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팀별로 많으면 18경기, 적으면 17경기만 남아 MVP, 외국선수상 등 비계량 타이틀 후보들도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공식적으로 있는 타이틀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에도 뛰어난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는 ‘가성비 갑’ 선수들의 활약도 주목받고 있다. 웬만한 억대 보수총액을 받는 선수들보다도 높은 기여도를 보여주며 ‘약방의 감초’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정인덕이 창원 LG 1군 전력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정인덕은 10개팀 통틀어 최저연봉(3500만원)을 받는 8명 가운데 1명이지만, 4라운드에 LG가 치른 9경기에 모두 투입돼 평균 12분 49초를 소화했다. 정인덕이 데뷔 후 한 라운드에 열린 모든 경기에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한 정인덕은 9경기 가운데 7차례나 선발 출전했다. 물론 이 데이터가 주전으로 도약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만큼 경기 초반 상대팀 포워드 수비가 필요한 상황마다 신뢰를 받았다. 조상현 감독 역시 “수비가 필요하면 (정)인덕이, (윤)원상이가 먼저 나갈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공격으로 기여한 경기도 있었다. 정인덕은 올스타 브레이크 전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달 10일 서울 SK전에 선발 출전, 3쿼터에 2개의 3점슛을 넣는 등 11점 4리바운드로 활약하며 LG의 85-61 완승에 기여했다. 11점은 정인덕의 개인 최다득점이었다.
정인덕은 2017-2018시즌 후 은퇴, 현역으로 군 복무에 임한 후 복귀하는 등 젊은 나이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선수다. 하지만 선수 활용 폭이 넓은 조상현 감독을 만나 눈도장을 받았고, 롤플레이어로 쏠쏠히 활약하며 LG의 상위권 질주에 기여하고 있다.
9000만원의 보수총액을 받고 있는 김진유(캐롯) 역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긴 저연봉 선수다. 김진유는 악바리 같은 근성을 지녀 많은 체력, 활동량을 요구하는 김승기 감독 체제에서 중용되고 있다. 4라운드 10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24분 58초를 소화했다.
‘인생경기’도 만들었다. 김진유는 지난달 21일 안양 KGC전에서 29분 49초 동안 12점 17리바운드로 활약했다. 3점슛도 5개 가운데 2개 성공시켰다. 단연 눈길을 끄는 기록은 리바운드다. 김진유는 188cm의 신장에도 장신들 사이에서 연신 리바운드를 따내며 캐롯의 85-65 완승을 이끌었다.
17리바운드는 KBL 출범 후 가드로 등록된 국내선수가 작성한 최다 리바운드였다. 종전 기록은 이상민(당시 현대)이 1998년 2월 11일 원주 나래전에서 기록한 14리바운드였다. 또한 외국선수까지 통틀어도 가드가 기록한 최다 타이 리바운드며, 모든 포지션 통틀어 국내선수 가운데에는 공동 16위에 해당한다.
김승기 감독은 김진유에 대해 “이보다 더 잘할 수 없을 정도로 잘해주고 있다. 궂은일을 다 맡아줘서 너무 예쁘다. 몸을 아끼지 않아 다치는 게 걱정될 정도다. 부상만 없었으면 좋겠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울산 현대모비스 가드 김영현도 꾸준히 가성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활약상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현은 오프시즌에 연봉 조정 신청을 하는 등 진통 끝에 동결된 보수총액(5300만원)에 계약했지만, 35경기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평균 17분 26초를 소화했다. 4라운드에도 8경기 평균 15분 53초 동안 뛰었다.
김영현 역시 에이스 스토퍼 역할을 맡는 와중에도 공격력을 뽐낸 경기가 있었다. 지난달 5일 캐롯전에서 8개의 3점슛 가운데 5개를 성공시키는 등 15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활약했다. 3점슛은 개인 최다, 득점은 개인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1위 역시 지난해 12월 10일 캐롯과의 경기(16점)에서 작성한 바 있다.
정인덕, 김진유, 김영현 모두 수비 비중이 높은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적은 보수총액을 받고 있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투지를 뽐내며 사령탑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이들의 활약 덕분에 소속팀도 호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LG와 현대모비스는 1위 KGC를 거세게 추격 중이며, 캐롯은 어려운 여건 속에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투지는 연봉순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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